여행/미얀마'16

미얀마 양곤 자유여행 DAY 1|호주에서 미얀마로, 변태 택시기사를 만나다.

Daeji 2019. 3. 10.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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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를 왜 가?



주위 사람들에게 미얀마로 여행간다고 할 때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였다. 하긴 미얀마라는곳은 나에게도 생소한 나라였다.


나는 미얀마 여행을 가기 전, 캄보디아 씨엠립으로 여행을 갈 계획을 세웠었다. 죽기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라고 하는 앙코르 와트를 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호주 퍼스에서 씨엠립으로 바로 가는 것 보다 미얀마 '양곤'을 거쳐서 가면 비행기 표가 더 저렴했다. 이왕 여행을 하는 김에 한번에 두 나라를 보면 더 좋을 것 같아서 미얀마를 여행 계획에 추가하게 된 것이다.


이번 여행은 바쁜 일정에 쫓겨 여행을 하는 것 보다는 휴식을 하러 가는 목적이 컸다. 3주 정도 Day Off(쉬는 날) 없이 일을 했었기 때문에 휴식이 필요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날이 되어서야 비행기 시간을 확인하고 서둘러 여행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비행 시간은 새벽 6시. 못 일어날 경우를 대비해 차라리 밤을 새자고 생각했고 그렇게 뜬 눈으로 밤을 지샌 뒤 퍼스 공항으로 향했다.

미얀마 양곤으로 가기 위해 내가 선택한 항공사는 저가 항공사인 에어 아시아였다. 퍼스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쿠알라룸프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 쿠알라룸프에서 5시간의 대기 시간이 있었고 편하게 쉬고 싶었던 나는 쿠알라룸프 공항에 있는 캡슐 호텔로 갔다. 호텔 사용 시간은 6시간과 12시간중에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나는 6시간으로 결정했고 비용은 약 2만 3천원 정도였다.

캡슐 호텔에서는 수건, 칫솔, 치약, 사물함, 개인 침대 이 모든것이 제공되기 때문에 단기 숙소가 필요한 여행자에게는 최고의 숙박시설이였다. 쿠알라 룸프 공항 밖에 위치한, 에어 아시아의 튠 호텔(Tune Hotel)도 시설이 괜찮지만 가격이 비싼편이다.



캡슐 호텔에서 제공되는 멀티 어댑터. 덕분에 호주용 플러그로 아이폰을 충전 할 수 있었다.캡슐 호텔에서 제공되는 멀티 어댑터. 덕분에 호주용 플러그로 아이폰을 충전 할 수 있었다.



캡슐 호텔 개인 침대에서 보이는 뷰. 아담하고 혼자서 지내기 딱 좋다. 따로 문은 없고 블라인드를 치면 된다.


체크인을 하고 쉬려고 누웠는데 배가 고파서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쿠알라룸프 국제공항은 규모가 크고 먹을거리 볼거리도 많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에 나시 라막(Nasi lemak: 말레이시아 전통 음식)이 그리웠었다. 그래서 저녁으로 나시 라막을 먹기로 했다.



비정상 회담에서도 소개가 된 적 있는 말레이시아의 국민 음식, 나시 라막. 코코넛 밀크와 판단 잎으로 요리 된 밥에 멸치 볶음, 프라이드 치킨, 계란, 땅콩 등의 음식이 곁들여 나오는 음식이다.



공항에서 5시간을 대기하고 미얀마로 가기위해 출국 수속을 밟았고, 저녁 8시가 되어서야 미얀마 양곤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웃지 못 할 에피소드가 있었다.


비행기 안에서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옆 좌석의 젊은 남자가 나를 툭툭쳤다. 이어폰을 빼고 쳐다보니 옆 좌석의 남자는 우리의 옆쪽 좌석에 앉은 남자를 가리켰다. 옆쪽 좌석에 앉은 아저씨가 계속해서 손짓으로 나를 부르고 있는게 아닌가. 알고보니 아저씨는 미얀마 사람이였고 나를 '영하는 미얀마 사람'으로 오해해서 기내에서 나눠주는 영어로 된 입국 수속서를 해석 해 달라고 나를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동남아 어디를 가던 나를 현지인으로 아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그러려니 했지만 상황이 웃겼다. 옆의 젊은 남자에게 나 미얀마 사람 아니라고 했다. 그 남자는 아저씨에게 손짓으로 X를 그려서 알려주었고, 그렇게 상황이 지나갔다.

옆 좌석의 남자는 혼혈 아시아인의 외모였다. 나를 보더니 갑자기 유창한 영어로 말을 걸었다. 나에게 어디에서 왔냐고 물어보았다. "난 한국인인데 넌?" 이라고 물어보니 Take a guess라고 한다.



"... 호주인?" (호주인치고는 억양이 부드러웠다.)

"아니."

"그럼 미국인?"

"Yes!"



그렇게 대화가 시작되었다. 그 친구의 기원은 베트남이지만 미국에서 나고 자란 미국인이였다. 특이하게도 나의 고향인 울산에서 현대에서 인턴쉽을 했었다고 한다. 더 놀라웠던건 싱가폴에서 교환학생으로 있기도 한다고 했다. 그래서 대화가 더 잘통했다. 내가 혼자서 여행을 한다고 하니 멋지다며 칭찬도 해주었다. 자신도 싱가폴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미국에 돌아가기전 혼자 동남아 여행을 하는중이라고 한다.

미얀마에서는 이틀을 묵고 베트남에서 3주를 보낼 계획이라고 했다. 그렇게 쿠알라 룸프에서 미얀마로 가는 비행기에서 2시간을 끊임없이 수다를 떨었다. 친구는 Airbnb를 예약했다고 했다. 나는 호스텔을 예약했다. 친구는 우리 숙소가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면 공항에서 택시를 같이 쉐어하자고 했다.

양곤에 도착했다. 우리는 공항에서 함께 환전을 했고 나는 심카드도 구입했다. 공항밖으로 나오니 택시 흥정꾼들이 말을 걸기 시작했다. 동남아를 많이 여행해본 나로써는 이런 경험이 많았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인데 꽤 많은 금액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미국인 친구는 거절을 잘 하지 못했다. 나는 만원까지가 한계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러던 중 한 택시 기사가 그 가격으로 해주겠다며 자기 차에 타라고 했다.


짐을 트렁크에 싣고 차에 탔다. 택시기사에게 종이 지도를 보여주며 내 숙소를 먼저 가달라고 했다. 기사는 알았다고 했지만 잠시 후 도착한 곳은 친구의 숙소였다. 어리둥절 했지만 기사가 잊어버렸거나 실수가 있었겠거니 했다. 친구가 내리기 전에 이렇게 만난것도 인연인데 나중에 식사나 한끼 하자며 페이스북을 교환했다. 친구는 택시에서 내렸고 몇분 후 자기는 숙소에 잘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한참을 달려도 택시 기사가 내 숙소를 찾지 못했다. 택시 기사도 내가 예약한 호스텔의 위치가 어디인지 잘 모르는 눈치였다. 그 숙소에 전화를 걸어봐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게 한참을 같은 지도만 들여보고 있었다. 시간은 자꾸 흘러 갔고 피곤했다. 나는 뒷자리에서 종이 지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택시 기사는 자신의 옆자리에 타라고 한다. 혹시 지도 보기가 힘들어서 그런가 싶어 의심없이 옆 자리로 탔다. 공항에서부터 유쾌한 성격의 택시 기사여서 의심없이 옆자리에 탔다. 그렇게 택시는 다시 출발했다.


지도를 다시 들여보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그렇다. 


택시 기사의 바지는 이미 내려가 있었고, 손은 그 곳에 가 있었다. '무섭다'라는 생각보다는 너무 어이가 없고 화가 나서 당장 차를 세우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경찰에 신고 할 거라고, 내 짐도 당장 빼라고, 계속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니 그 사람도 당황했는지 차를 세웠다. 혹시나 차를 세워서 나만 내려주고 트렁크 속 내 짐을 가지고 도망 갈까봐 너부터 내리고 트렁크를 열라고 했다. 그 사람은 순순히 트렁크를 열어주고 짐도 빼줬다. 그러고는 얼른 차를 타고 도망가버렸다.

어딘지도 모르는 도로에 나 혼자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캐리어와 함께. 참 어처구니가 없었다. 길거리에는 쥐가 돌아다녔다. 트럭안에 있던 남자들은 나를 보며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다. 깜깜한 밤에, 도로위에서, 나는 어디로 가야할지 몰랐다. 택시를 타기도 겁이 났다.


미국인 친구에게 메세지를 보내 이 상황을 얘기하니 메신저로 전화가 오고 현재 위치가 어디냐며 난리가 났다. 당장 방법이 없으니 최대한 경계를 하며 택시를 하나 잡았다. 택시기사는 인자해 보이는 인도 아저씨였다. 숙소 주소를 건네 주었는데 이 아저씨도 숙소를 못 찾는게 아닌가. 결국 미국 친구가 묵는 아파트의 현지인 호스트에게 통역을 부탁하여 정말 다행스럽게도 숙소를 찾을 수 있었다. THANK GOD!


정말 이 친구 아니였으면 숙소에도 무사히 도착을 할 수 있었을까 싶었다. 예상시간보다 숙소에 너무 늦게 도착한 바람에 친구와의 저녁은 무산되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남은 시간 여행을 잘 하라며, 메세지로 인사를 나눴다.

아고다에서 평점이 좋았던 호스텔로 예약을 했었다. 하지만, 시설이 정말 안 좋았고 실망스러웠다. 제대로 된 방과 문이 없이 캡슐 호텔처럼 블라인드 하나만 쳐져 있었던 곳이였다. 화장실도 남녀가 공용으로 쉐어하는 곳이였다. 하지만 너무 늦어서 다른 숙소를 찾아 볼 겨를이 없어 이불에 눕긴 누웠는데 몸이 자꾸 가려운 느낌이였다. 다시 아고다 앱을 켜서 다른 호텔들을 찾기 시작했다. 꽤 괜찮은호텔을 발견하였고 바로 예약을 했다. 내일 아침에 당장 체크아웃을 하기로 했다. 미얀마에서의 첫날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미얀마 양곤의 현지 시장. 청결은 사실 그렇게 좋지 않았다. 음식에 약간 민감한 나로써는 현지 시장에서 아무것도 사먹을 수 없었다. 호스텔 발코니에서 보이는 시장 풍경을 보는건 좋았다. 이른 시간부터 바쁘게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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