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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퍼스에서 경력없이 카페 잡 구한방법

Daeji 2021. 3. 18.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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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호주에서 워홀 생활

2012-2015년, 싱가포르에서 직장 생활

그리고 2015년, 호주로 다시 돌아왔다.

 

 

 

아무래도 2011년에 호주 퍼스에서 워홀 생활을 해서 그런지 2015년에 다시 돌아왔을 때는 적응하기가 아주 편했다. 아무래도 호주에서 워홀을 1년 하고 싱가포르에서 직장 생활 3년을 해서 그런지 영어도 워홀을 할 때보다는 훨씬 자신이 있었고 그동안 호스피탈리티 쪽에 많은 경력도 쌓았기 때문에 일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었음에도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시티, 노스브릿지 위주로 거의 모든 가게를 방문하여 이력서를 돌리곤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왕이면 호스피탈리티의 경력이 있으니 호텔이나 카페 쪽으로 일을 알아보고 싶었다. 호텔 쪽 일자리는 시티에 있는 호텔들 위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지원을 했고 카페 일자리는 수비아코 지역과 노스브릿지 지역으로 이력서를 직접 돌렸다.

 

 

호텔쪽 일자리는 아무래도 경력이 있기도 하고 지원서를 많이 넣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인터뷰나 트라이얼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쉽게도 하얏트, 레지스 호텔에서 지원서가 채택되지 않았다는 이메일 답장만 받았을 뿐이었다. 호텔 쪽 일을 구하기가 쉬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렇지 않으니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계획을 바꿔 카페 쪽으로 집중하기로 했다. 하루 날을 잡아서 시티 PC방에서 이력서를 10장 뽑았고 노스브릿지에 있는 카페들을 찾아서 직접 이력서를 돌렸다. 어떤 한 카페에 방문했고, 내가 방문했던 시간이 이미 늦은 오후 3-4시쯤이여서 이미 문을 닫았거나 

클로징을 준비하는 곳이 많았다. 그렇기에 옵션이 많이 없었고 5군데 카페를 방문하여 이력서를 돌렸다.

 

 

어떤 카페에서는 커피 경력이 있냐 물어봤고, 어떤 카페에서는 현재 매니져가 없다며 직원들이 이력서를 받아 매니져에게 전해주겠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집으로 돌아와 쉬고 있었는데, 문자가 하나 도착했다.

 

 

카페: 안녕 헤더? 나는 XX 카페의 XX인데, 혹시 궁금해서 그러는데 너 무슨 요일 일 할 수 있니?

나: 나 월 & 화는 안되는데 그 날만 빼면 다른 날은 다 괜찮아

 

 

카페에서 보낸 메세지는 iMessage였는데 내가 답을 하고 한두 시간이 되니 읽음으로 바뀌었는데도 불구하고 답장이 없었다.

그래서 월&화에 일 할 사람이 필요한건가 싶었고 나를 안 뽑을 건가 보다 하고 포기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그 다음날 아침 갑자기 연락이 왔다.

 

 

카페: 안녕 헤더! 네가 괜찮으면 금요일 9시에 트라이얼 하러 올래?

나: 응 좋지! 그런데 나 뭐 입고 가야돼?

 

 

또 하루 종일 답이 없었다.

이틀 동안 연락이 없길래 다른 사람 구한 건가 싶기도 했다.

 

 

금요일.

 

트라이얼을 보기로 한 아침,

"안녕 헤더! 그냥 위에 검은색 옷 입고 오면 돼."라고 늦은 답장이 왔다.

 

 

시간을 맞춰서 가게에 갔고 바로 트라이얼이 시작되었다. 그 시간대에 브런치나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내가 할 일은 서빙을 하고, 주문을 받고, 계산을 하고 말 그대로 다 하는 것(All Rounder)이었다.플로어에는 나를 포함해서 3명, 주방에는 2명이 있었다. 주인이 셰프도 하는 것 같았다.

 

 

카페가 꽤 바빠서 음료와 음식이 나오면 바로 서빙을 해야 했고테이크 어웨이를 하는 손님이 있으면 빵을 꺼내서 주방으로 보내주면 셰프가 데워주고 그 데워진 빵을 다시 내가 토스트 기계에 넣어서 구워야 했다.

 

 

프레쉬 주스 오더가 나오면 재료를 꺼내서 믹서기에 갈고 그 사이 주문한 커피가 나오면 테이블에 올려진 번호를 보고 서빙을 해야 하고, 굽고 있던 빵도 체크해야 하고 바빴지만 정말 재밌었다.

 

 

대부분의 손님들이 유쾌했다. 손님들은 땡큐! 그레이트! 굳! 을 연발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나는 손님이 있는데, 카페 밖에서 브런치와 커피를 드시는 더블데이트를 하고 계신(?) 백인 노부부들이셨다.

 

 

커피를 서빙하는데 갑자기 나보고 너 어디서 왔어?라고 물으셔서 한국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니 서울에 여행을 가신적이 있다고 해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싱가포르에서 일한 적이 있다고 하니까 자기 부인이 말레이시아 사람이라며 또 그 주제로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러다가 나도 사실대로 "나 오늘 트라이얼 중인데 사실 좀 떨려."라고 말을 하니 잘할 수 있다고 격려까지 해주셨다.

 

 

나중에 내 동료들한테 "저 친구 정말 일 잘해! 그러니까 꼭 뽑아!"라고까지 말하시는 걸 봤다. 정말 뿌듯했다.

 

 

카페에서 일하는 건 처음이라, 커피 만드는 법은 몰는데 카페 매니저가 커피는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가르쳐 주겠다고 했다.

연습을 좀 해보고 싶은데 커피스쿨은 그냥 하루에 몇 시간 참여하고 자격증을 따는 형식이라 싫고, 여기서 일 하면서 어깨너머로 조금씩 배우고 싶었다.

 

 

2시간의 트라이얼이 끝났지만, 매니저가 페이를 꼭 해줄테니 더 남아서 일을 도와 줄 수 있겠냐고 했다.

어차피 할 일이 없었던 나는 바로 알겠다고 대답했고 2시간 더 남아서 일을 했다.

카페가 좀 조용해지니 매니져가 이제 집에 가도 된다고 했고, 다음 주부터 로스터를 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그럼 나 일 구한 거야?"라고 하니 "응!"이라고 확답을 받고 가게를 나왔다.

 

 

워홀을 할 때는 50장의 이력서를 돌렸어도 일을 잘 구하지 못하였는데 이때는 이력서를 15개 돌렸을 때쯤 바로 일을 구할 수 있었다.

해외에서 처음으로 카페일을 해 보았는데 손님들도 너무 나이스하고 일도 재밌어서 그런지 꽤 괜찮은 일자리였다.

 

 

나중에 매니져와 친해지고 들어보니 내 이력서에 카페 경력은 없었지만 싱가폴에서 호스피탈리티 분야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서 연락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카페 경력은 없었지만 그와 비슷한 호스피탈리티(레스토랑 리셉션) 경력이 있었기에 그래도 카페 일을 구하는데에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인생을 살면서 어떤 경험을 하든 언젠가는 큰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해외에 살며 하는 새로운 경험, 도전들이 너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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