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호주 워홀 '11

20살에 시작한 호주워홀: 거절의 연속인 일자리 구하기

Daeji 2018. 10. 2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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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로 이사를 오고나서 신나게 놀다보니 신경 쓰고 있지 않던 나의 통장 잔고가 서서히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2주에 한번씩 내는 집세, 식비, 쇼핑을 하다보니 한국에서 가져온 200만원은 어느새 15만원이 되어있었다. 참고로 놀땐 놀아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아껴쓰지 않았는데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이야. 당장 이번주에 낼 집세도 없었다.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고 어떻게 하면 돈을 구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나는 정말 그 누구보다도 부모님에게 손 벌리는것을 싫어하는 사람이고 돈을 빌리는 것도, 빌려주는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장 집세를 낼 돈이 없으니 일을 구해야했다. 하지만 일을 구할 준비도 하지 않고 있었으니 막막하기만 했다.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만 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였다. 그러다보니 나와 아주 가까운 사람은 누굴까? 호주에서 나를 믿고 조금이라도 돈을 빌려 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굴까? 하고 생각하니 단 한사람이 떠올랐다.



'룸메 언니'



특히나 돈에 관해선 예민한 나 였기에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고,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언니와 시티에서 만나 같이 있다가 함께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고 있는 길이였다.



한때 사용하던 블랙베리 펄, 클래식한 디자인이 좋았다. 하지만 호주에서 산산조각났다.



우린 나란히 앉아 있었고, 나는 내가 한때 쓰던 블랙베리를 꺼냈다. 그리고는 타이핑을 하기 시작했다.



"언니, 정말 죄송한데 집세를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옆에 앉아 있던 영문도 모르던 언니에게 폰을 쓱 내밀었다. 생각과는 다르게 언니는 활짝 웃으셨다. 그러고는 집에서 바로 지갑에서 돈을 꺼내서 건네셨다. 300불이 조금 넘는 돈 이였다. 일자리를 구하게 되면 돈을 줘도 된다고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정말 감사했다.


오래 알고 지낸 사이도 아닌데, 서슴없이 내가 필요한 만큼의 금액을 주셨다. 나는 정말 인복이 타고 났나보다. 그렇게 나는 무사히 집값을 낼 수 있었고, 그때부터 열심히 일을 구해야 겠다고 다짐했다.





날씨가 우중충 했던 날, 아는 사람들과 함께 일자리를 구하러 길을 나섰다. 버스를 타고 세탁 공장으로 가서 이력서를 돌렸다.





그렇게 세탁공장에 이력서를 돌리고, 우리는 금새 자신감이 없어져 이력서 돌리는것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단돈 $2불짜리 버블티를 사는게 아까워서 바라만 보고 있는 언니와 동생.


그리고 며칠 후, 나는 혼자서 이력서 50장을 인쇄하여 시티와 노스브릿지 근처를 가게들을 다 돌기 시작했다. 버블티 가게, 카페, 레스토랑, 푸드코트. 짧은 영어로 가게에 들어가서 "I'm looking for a job."을 연신 외쳐댔지만 돌아오는 답은 "미안해. 우리는 지금 사람을 구하지 않아.", "미안해. 지금 매니져가 없어. 이력서를 놓고 가면 매니져한테 말을 해 줄게." 똑같은 대답이 돌아 올 뿐이였다.


처음에는 거절을 당하니 자존심도 상하고 자신감도 없어졌지만, 나중에는 기계처럼 일을 구한다는 말이 나왔다.



집에 가는 길, 갑자기 벨이 울린다.



"헬로?"

"너 방금 이력서 주고 갔지? 여기 타이 푸드코트인데 인터뷰 보러 올래?"



마지막으로 이력서를 주러 갔던, 타이음식을 파는 푸드코트였다. 하루라도 빨리 일을 시작하고 싶었기에 당장 달려갔다. 강한 인상의 사장님이 나오셨고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비자는 무엇인지, 언제부터 시작 할 수 있는지와 같은 질문들이 시작되었다. 결론은 나는 일을 시작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급이 문제였다.

시급은 8불



왠만한 중국 식당에서 일하는 것 보다도 낮은 금액이었다. 최저 시급(그때의 환율로 따지면 8불은 약 9,600원 정도)도 안 될 뿐더러 터무니 없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나는 마음이 급했고 어떠한 일이라도 주어진다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였다. 그 일은 내가 선택만 하면 바로 시작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사장에게는 생각을 해 보고 알려주겠다는 말을 남기고 집으로 오는 내내 고민에 잠겼다.


룸메 언니의 조언이 필요했다.


언니에게 상황을 얘기하니 언니는 절대 하지마라고 했다. 더 좋은 기회가 분명히 온다며 너무 성급해하지 말라고 하셨다. 나는 그때까지도 고민을 했지만, 룸메 언니의 말처럼 더 좋은 기회가 오겠지 생각을 하며 아쉬웠지만 그 일을 하지 않기로 했다.


하루동안 50군데의 가게들을 돌았지만, 타이 푸드코트를 제외한 다른곳에서는 연락을 받지 못했다. 그래도 호주에서 혼자힘으로 도전을 한것이 처음이라 뿌듯했지만 한편으로는 도대체 언제 일을 구할 수 있을지 착잡했다.


나에게도 좋은 날이 올까?



About 헤더의 20살에 시작한 세계여행


헐리웃 배우 아담 샌들러에게 빠져 혼자 힘으로 미국을 가겠다는 생각에 20살이 되자마자 한국을 떠나 해외 생활 겸 여행 경비를 모으기 위해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그 후, 여행의 매력에 빠져 21살에는 호주에서 싱가폴로 건너가 3년간 거주하며 대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현재는 서호주 퍼스에서 살고 있으며, 해외 취업과 세계 여행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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