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히 타이 푸드 코트의 8불 시급을 거절하고, 나는 다시 구직자로 돌아왔다. 일은 없었고 통장 잔고도 계속해서 사라지고 있었다. 룸메 언니에게 빌려 겨우 집세를 낸 뒤 부터는 얼른 일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는 언니, 동생과 함께 시티에서 버스를 타고 세탁공장으로 가서 이력서를 돌렸다. 여전히 빈 자리는 없다는 말만 돌아왔을 뿐. 그렇게 모든것을 포기 한 상태로 다시 시티로 돌아왔다. 오후 4시쯤이 되었다. 많은 회사, 가게들이 문을 닫는 시간이다. 그때 한명이 이 근처에 잡 에이전시가 있으니 마지막으로 한번 들려나 보자고 제안을 했고 우리는 그렇게 잡 에이전시로 향했다.
시티에 있는 잡 에이전시였다. 이 곳은 주로 호텔 하우스키핑(호텔에서 손님들이 체크아웃을 한 후, 청소를 하는 일)잡을 담당했다. 혹시나 너무 늦은건지 문을 닫은건지 걱정이 되었다. 도착하니 문은 닫혀있었고 문에는 에어전시를 다녀간 사람들이 남겨놓은 이력서가 가득했다. 혹시나 하고 문을 살짝 밀어보니 열렸다. 영업 마감을 하고 있는 단계였다. 리셉션에 있는 직원에게 "혹시 일자리가 있니?" 하고 물어봤다.
그때 한 남자가 안에서 나왔다.
"마침 일거리가 있는데 너희 다 인터뷰 볼래?"
아니 이게 꿈인가? 그것도 우리 3명이서 전부 인터뷰 볼 기회가 생긴 것이였다. 한명씩 1:1로 인터뷰를 보았다. 비자에 관한 질문, 호주에는 언제왔는지 등 간단한 질문들이 시작되었다. 그러더니 그 남자가 하는 말.
"내일부터 XX 호텔로 몇시까지 검은 바지, 신발챙겨서 가면 돼. 그리고 문서 작성 할 것도 많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나 일 구했다!
이렇게 허무하고도 쉽게 잡을 구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는가. 1달이 넘게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자리를 찾고 있었는데 정말 다행이였다.
에이전시에 노크를 하기 전에 이미 에이전시 문틈으로 사람들이 꽂아 놓고 간 수많은 이력서들을 보았었는데... 정말 타이밍이 좋았나보다. 그렇게 우리 셋은 전부 다른 호텔로 배정되었고, 하우스키핑 잡을 구하게 되었다. 에이전시에서 일을 시작하는데 서류 작성을 하고 간단한 영상을 보며 인덕션을 하고 그렇게 나의 구직 활동은 끝이 났다. 시급 8불을 주는 타이 푸드코트에서 일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이 신의 한수였다.
당장 다음날 일을 시작하기 위해 타겟에서 검은 바지와 신발을 구매했다. 일자리가 생겨 너무 기뻤지만 믿기지 않았고 설렜다. 드디어 나도 해외에서 내 힘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매니져에게 건넬 간단한 인삿말을 준비했다. 룸메 언니도 소식을 듣고 너무 축하한다며, 힘이 되어 주셨다.
+
영문 이력서 쓰기 팁
호주에 가기 전, 많은 사람들이 이력서를 쓰고 커버 레터 (자기에 대한 얘기를 글 형식으로 쓰는 것)도 준비해야고 한다. 그래서 그때 미국에서 유학중이던 친구에게 부탁해서 나의 인생 스토리를 쓴 커버 레터도 한 장 준비했었다. 일을 구하면서 보니, 사실 커버레터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력서를 쓸때 초등학교 시절부터해서 컴퓨터 워드 자격증 등등 쓰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 고용주들은 그런것에 중점을 두지 않는다. 구하는 일이 레스토랑, 카페 (호스피탈리티), 공장, 농장 청소쪽인데 누가 다른 나라의 학력이며 워드 자격증, 봉사활동을 신경쓸까. 제일 중요한건 자신이 구하는 일과 관련된 경력 + 좋은 타이밍 (고용주가 딱 사람을 구하고 있을 때)이 중점이다. 나도 처음에는 봉사활동이며 각종 Activity 경험들을 썼지만, 나중에는 다 삭제하고 딱 필요한 부분 - 경력 - 만 기입했다. 커버레터도 첨부하지 않았고, 최대한 한장으로 간략하게 만들었다. 사진을 첨부하는 유럽쪽 사람들이나 한국인들을 봤는데, 호주에서는 중요하진 않다. 고용주들한테 얼굴을 기억되게 하기 위해서는 좋을 것 같다.
이력서를 쓸때 필수사항
1. 비자 컨디션: 무슨 비자인지, 비자가 얼마나 남았는지
2. Availability: 자신이 무슨 요일에 무슨 시간에 일이 가능한지 명시하면, 이력서를 보는 고용주의 입장에서도 이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시간대에 일을 할 수 있는지 명확히 알 수가 있다.
3.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집주소: 꼭 필요한 세가지. 고용주 입장에서는 보통 일터와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니 집주소를 명시하자. 전화번호는 고용주가 연락하기위해 무조건 필수적이며 이메일은 두번째 사항.
4. 경력: 급하게 사람을 구하지 않는 이상 누구라도 이 분야에 경력이 있는 사람을 고용할때 우선순위로 둘 것이다. 카페, 레스토랑에 지원을 하면서 이력서에는 전혀 다른 경력이 쓰여있다면 고용주의 입장에서는 그 부분을 그렇게 중요하게 보지 않을 것 이다.
5. 레퍼런스(=추천인): 레퍼런스를 적어 놓으면, 고용주의 입장에서도 이 사람이 일을 잘한다고 보증을 해 줄수 있는 사람에게 연락을 해서 보장을 받을 수 있고 더 믿음이 갈 것이다. 옵션사항.
About 헤더의 20살에 시작한 세계여행
헐리웃 배우 아담 샌들러에게 빠져 혼자 힘으로 미국을 가겠다는 생각에 20살이 되자마자 한국을 떠나 해외 생활 겸 여행 경비를 모으기 위해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그 후, 여행의 매력에 빠져 21살에는 호주에서 싱가폴로 건너가 3년간 거주하며 대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현재는 서호주 퍼스에서 살고 있으며, 해외 취업과 세계 여행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여행 > 호주 워홀 '11'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살에 시작한 호주워홀: 처음하는 이별 (0) | 2018.10.25 |
---|---|
20살에 시작한 호주워홀: 퍼스 시티 호텔 하우스키핑으로 일하기 (0) | 2018.10.24 |
20살에 시작한 호주워홀: 거절의 연속인 일자리 구하기 (0) | 2018.10.23 |
20살에 시작한 호주워홀: 시티에 살면 좋은 이유 (0) | 2018.10.23 |
20살에 시작한 호주워홀: 퍼스 시티로 이사가요 (0) | 2018.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