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호주 워홀 '11

20살에 시작한 호주워홀: 퍼스에서 겪은 첫번째 좌절

Daeji 2018. 9. 21. 14:46
반응형






일이 없으니 여느때와 다름없이 2층 침대에서 늦잠을 자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나를 깨우기 시작했다. 피곤한 상태로 눈을 힘겹게 뜨니 1층 침대에서 지내는 룸메언니였다. 언니는 호주 퍼스에 온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상태였고, 이미 시티의 유명한 호텔에서 하우스 키퍼로 일을 하고 계신 상태였다. 


언니가 예전에 한창 일을 구할때 동네 피자가게에 이력서를 냈었다고 한다. 그 피자가게에서 급하게 사람이 필요했는지 뒤늦게 연락이 온 것이였다. 하지만, 언니는 이미 일을 하고 있었으므로 퍼스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백수인 나를 깨워서 대신 트라이얼을 가보는게 어떨지 물어본 것이였다. 잡에 대한 준비도 없이 비몽 사몽한 상태에서 대충 씻고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피자 가게로 향했다. 그대신 이날은 헤더가 아닌 언니의 이름을 빌려 '조이'가 되었다. 집에서 잠시 걸으니 피자가게가 눈에 보였다. 떨리는 마음을 뒤로하고 가게 문을 열었다.



"하이, 나 오늘 트라이얼 있는 조이라고 하는데..."



가게에 들어가니 이쁜 호주 언니 두명이 일을 하고 있었다. 인터뷰를 왔다고 하니 위생 장갑을 주고 끼라고 하더니 나를 가게 안으로 데려갔다. 마음의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피자 만드는법을 빠르게 알려주기 시작했다. 말이 너무 빠르기도 했고 처음 해 보는 일이라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피자 만드는 방법을 이해하기도 전에 이번에는 전화 받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영어도 제대로 못하는데 호주 손님들의 전화를 받을 자신은 더 없었다. 점점 자신감이 위축되었고 도저히 이 곳에서는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직원들은 계속해서 나에게 말을 했지만 나는 도저히 이해 할 수 없었고 결국에 한 직원이 종이와 펜을 들고와 글을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



"미안하지만 우리는 너를 고용 할 수가 없어. 우리는 더욱 더 이 일과 잘 맞는 사람을 찾고 있어."



사실 그들은 내 기분이 상하지 않게 최대한 좋게 포장을 하여 적어 주었는데, 나의 자신감은 정말 제대로 꺾여버렸다. 물론 나의 영어 실력이 기대에 못 미치는건 알았지만, 이 정도 일줄이야. 나름 중학교때부터 미국을 좋아하고 외국 영화, 외국 배우의 팬으로써 영어를 많이 접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호주에서의 첫번째 좌절이 빨리 올 줄은 몰랐다.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손에 끼고 있던 위생장갑을 벗고 가게에서 나와 집으로 걸어가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내가 나를 너무 과대평가 했나 반성이 되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집으로 도착하니 피곤함은 사라지고 영어 공부에 대한 열정이 생겼다. 그렇게 컴퓨터를 켜고 한국에서 다운로드 받아 온 하드 드라이브 속 미드를 켜고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About 헤더의 20살에 시작한 세계여행


헐리웃 배우 아담 샌들러에게 빠져 혼자 힘으로 미국을 가겠다는 생각에 20살이 되자마자 한국을 떠나 해외 생활 겸 여행 경비를 모으기 위해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그 후, 여행의 매력에 빠져 21살에는 호주에서 싱가폴로 건너가 3년간 거주하며 대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현재는 서호주 퍼스에서 살고 있으며, 해외 취업과 세계 여행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