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가게에서 첫번째 좌절을 겪고, 그날부터 영어 공부를 하기로 다짐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미드를 틀어놓고 보면서 공부를 하려고 했지만, 20년동안 한국어를 썼고 영어라곤 학교에서 시험을 위해 공부한게 전부였으니 오랜 시간 앉아서 공부를 하긴 쉽지 않았다. 그렇게 미드를 한시간도 보지 못하고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 할수 있을까 곰곰히 생각을 했다.
그러다 문득 한 사람이 생각이 났다. 내가 살던 집 1층에 살고 계시는 토니 할아버지! 매번 나와 마주칠때마다 "하이! 하와유?" 하며 반갑게 인사해주시던 토니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던 회색 노트에 나의 다이어리라는 간단한 제목을 적고 그 앞에는 할아버지에게 남길 작은 메모를 작성했다. 내용인 즉슨, 내가 매일 영어 일기를 쓰고 할아버지 마당의 테이블에 놓을테니 문법을 고쳐줄 수 있겠냐는 부탁이였다.
지금 보면 정말 웃음이 나지만 그때는 진지했다.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가득! You have to edit. 이라는 부분에서 할아버지도 흠칫 하셨을 것 같다. 나의 간절한 마음이 할아버지께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첫번째 일기를 썼고 작은 메모와 함께 할아버지의 마당 테이블위에 놔두었다. 할아버지가 과연 이 노트를 보셨을까 하루종일 걱정이 되었다. 저녁이 되어서 할아버지의 테이블을 확인했고 페이지를 넘겨보니 정말 감사하게도 할아버지께서는 문법을 다 수정해주셨다.
두번째로 내가 썼던 일기. 내가 좋아하는 영화와 좋아하는 감독인 우디 앨런에 대해 썼다. 가끔은 짧은 메모도 남겨놓으셨다. 할아버지의 메모에는 '마지막으로 썼던 일기와 비교하여 더 많은 디테일이 들어갔고 큰 발전을 했다.'고 쓰여있었다. 할아버지도 영화 <대부>와 우디 앨런 감독을 좋아한다고 하셨다. 짧은 글 이였지만 마음속에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쩌면 귀찮을지도 모르는 일을 할아버지께서는 오히려 자신이 즐겁다며 직접 나서서 도와주셨다.
그땐 내 영어가 짧아 할아버지께 제대로 감사인사를 못 드렸는데 너무 죄송스럽다.
나는 20살이 되어 혼자 호주에 왔지만 사실 부끄럼도 많고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다. 어릴적에는 레스토랑에서 "저기요~"라고 하는것도 부끄러워서 주문을 못 할 정도였다. 어디서 이런 용기가 나왔는지 나 자신도 놀랐다. 여행이 단순히 더 큰 세상을 보는 시각을 넓혀 줄 뿐만 아니라, 나도 모르고 있던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 같다 뿌듯했다.
내가 호주 퍼스에서 영어를 공부한 또 다른 방법은 바로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이였다.
나는 어릴적부터 영어에 아주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여느 사람들 처럼 시험을 대비하기 위한 영어공부만 했던터라 평균 이하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길 호주 워홀을 가면 6개월뒤에 귀가 트인다고 했다. 나도 호주를 가기전 그 얘기를 들었었다.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호주에 도착했지만, 생각보다 영어의 장벽은 높았다. 영어를 잘하면 좋은 직업을 구할 수 있고, 더 많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다. 단순히 "하이! 하와유?"하는 것 보다는 더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다.
호주에 가면 "난 외국인 집에서 살고, 외국인 친구들만 다닐거야" 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그러지는 않았다. 집은 편해야한다라는 생각으로 한국인이 마스터로 있는 쉐어하우스에서 지냈고, 룸메언니도 한국인이였으며 당연히 한식을 먹고 살았다. 영어도 잘 못하는데 집에서 외국인들과 같이 살며(분명 한국어를 쓰는 환경이지만) 마주칠때마다 무슨말을 해야할지 고민하는 그런 불편한 상황은 집에서 만큼은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호주에 있는 동안 어학원을 다니거나, 영어 튜터를 하거나, 앉아서 따로 영어 공부를 하지 않았다. 어학원을 다니기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 어학원을 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외국인 친구들은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환경이라 생각했다.
나는 호주 워홀을 오면 처음 2달은 신나게 놀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20살에 호주 워홀을 떠난 이유가 미국 여행을 가기 위한 목적이였지만 그래도 일년동안 이곳에서 일만 하다가 간다면 후회를 할 것 같았다. 그때부터 신나게 놀러를 다녔다. 펍도 갔으며, 하우스 파티도 갔으며 친구들과 여행도 가고 항상 함께 다녔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곳에서 외국인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친구의 친구로 소개를 받기도 했다. 이것이 바로 나의 영어 공부 방법이였다. 나 뿐만 아니라 주위에서도 이렇게 영어 실력을 향상시킨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렇다고해서 호주 친구들만 만난것은 아니고 다양한 국가의 친구들을 만났다. 그러다보니 영어 공부 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문화까지 알 수 있었다.
사실 이 포스팅에서 외국인 친구라고 부르긴 하지만, 친구란 존재는 다 똑같은 것 같다. 국적, 나이, 언어가 달라도 마음이 맞으면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다. 나는 한국에서 고등학교만 졸업을 했기 때문에 대학에서 만난 친구들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20살에 해외 여행을 시작하며 만난 친구들의 나의 소중한 친구들이 되었다.
호주에서 이런 생활을 하다보니 영어가 빠른 시간내에 늘었고 귀가 트이기 시작했다. 나도 영어가 들리기 까지 약 6개월 정도가 걸린 것 같다. 리스닝이 먼저 늘었고 그다음 스피킹이 늘었다. 호주에서 영어 공부를 하는 최고의 방법은 최대한 영어로 말을 많이 하고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면서 영어와 익숙해지는것이라고 생각한다.
About 헤더의 20살에 시작한 세계여행
헐리웃 배우 아담 샌들러에게 빠져 혼자 힘으로 미국을 가겠다는 생각에 20살이 되자마자 한국을 떠나 해외 생활 겸 여행 경비를 모으기 위해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그 후, 여행의 매력에 빠져 21살에는 호주에서 싱가폴로 건너가 3년간 거주하며 대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현재는 서호주 퍼스에서 살고 있으며, 해외 취업과 세계 여행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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